La lettre du passée 창작과 팬질의 중간

La lettre du passée

 

 


디에도 없었습니다.

 제가 마음 편하게 지낼 있는 곳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세상을 살아나간다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힘든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15년 남짓한 세월 밖에 살아오지 않은 어린 저에게는 더더욱 그런 것 이었습니다.


 어디서든지, 언제든지 하기 싫은 일을 강요당하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리고 거리에 나와서도 슈퍼를 가도 문구점에 가도 길 모퉁이에 자리 잡은 작은 카페에 들어가도 세상 어느 곳에서도 저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단지 저 혼자 외톨이로 이 세상에 버려졌다고 생각했습니다. 네, 미아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도 돌아갈 길 없는 미아. 아무리 힘들여 노력해도 저는 제가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처음에는 단념하고 포기하고 저도 다른 사람들과 같이 지금에 순응하며 살아가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힘겨운 일이었습니다. 아니 처음부터 가능할 리가 없었던 일입니다. 어떤 곳에서도 언제라도 저는 잘 어울리지 못하였습니다. 


 학교의 선생님들이나 집안의 부모님에게 상담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것이라고 그렇게 고민하는 것은 너 정도 나이를 먹은 사춘기의 소녀라면 누구나 하는 것이라고 친절한 얼굴로 말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지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사춘기 소녀라면 당연히 하고 있을 생각이겠지만 저는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의 정신은 분명 ‘지금’이 아닌 사람들이 ‘과거’라고 말하는 지점에 살고 있음에 분명했습니다.
 가끔 TV의 채널을 돌리다가 만날 수 있는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옛 유럽의 정취라거나 전원의 풍경에서 저는 강한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살아야할 곳은 저곳 이었습니다.


 이 답답한 콘크리트의 밀림-도시를 떠나 커다란 합승마차에 몸을 의지하고 브라운관 안에 보이는 저곳으로 지금 당장이라도 가야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아무리 정신의 고향이 영혼의 거주지가 남프랑스의 전원에 있다고 하더라도 제 보잘것 없는 육신이 머무르는 곳은 이 작은 반도의 한가운데 있는 '고도문명화'라는 이름아래 무엇이 어떻게 되어버렸는지도 알 수 없는 도시의 정중앙 입니다.


 별 수 없습니다. 단지 체념할 뿐입니다. 이제는 익숙한 포기라는 단어를 다시금 가슴속에 떠올리며 다음 생을 기약할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매일, 매일. 저는 그렇게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표준이 되어버린 심플한, 기능성이라는 감옥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디자이너가 만들어낸 공장제의 의복으로 몸을 감싸고 심플하기 그지없는 침대에 몸을 뉘이고, 태양이 뜨고 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을 뿐입니다.
 그렇다고, 스스로 삶을 단축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할 만한 용기도 가지지 못하고 지금이라는 현실만을 원망하며 아무런 변화가 없는 ‘평범’이라는 두 개의 글자로 대변할 수 있는 나날을 살아가는 방법을 제외한 선택은 저에게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역시 신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일까요? 이런 썩어버린 장작 개피와 같은 저의 삶에도 하나의 전환점이 생겨났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그녀’를 만난 것입니다.


 아니, 그녀의 존재 자체는 그전부터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존재를 저의 안에 다시 인식하는 일은 정말로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그녀의 존재를, 태어났을 그 시점부터 알고 있던 그녀를 다시 한 번 만날 날이 올 것이라고는 저는 꿈에도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그 날은 너무나도 평범한 날이었습니다.
 평소보다 빠르게 찾아온 여름의 태양이 열기를 대지에 뿌리던 6월의 초반. 그날. 저는 너무나도 싫은 체육 수업이라는 것을 받아야 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반복하면서 육체의 건강함을 기른다는 수업의 일환인 그 시간이 저는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차라리 제가 살아가야 했던 시간을 다루는 역사나 고문이라면 모르겠지만, 세상의 구조를 파악한다는 과학이나 수학 같은 과목은 너무나도 싫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도 싫었던 과목 중에서 최고봉은 역시 학생은 건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상한 사고방식으로 머릿속까지 근육으로 굳어진 체육교사가 진행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분명 그 체육 선생님은 키도 크고 잘생긴 얼굴에 싹싹한 성격. 그리고 밝은 인상까지……. 주변의 클래스메이트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습니다. ‘평범한‘ 여학생들에게 그는 멋진 어른으로 보였겠지요. 하지만 저만은 그런 체육선생님이 싫었습니다. 구릿빛으로 멋지게 그을은 피부나 건강미 넘치는 몸이 저는 기분 나쁘게 느껴졌습니다.


 그 감정은 ‘생리적인 혐오감’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 그에게 느낀 감정은 단지 그런 것입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기분 나쁨. 그리고 수업시간마다 그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급우들의 모습에 저는 환멸조차 느껴버렸습니다.

 

 바보같이 짧은 반바지형태의 체육복을 입고 얇은 티셔츠 한 장을 몸에 걸치고 운동장을 뛰어야 하는 그 시간이 너무 싫어, 저는 그날은 아침부터 책상에서 뒹굴기로 했습니다. 한 달에 한번 씩 오는 ‘그날’이라는 핑계로는 체육수업을 참관해야 하기 때문에 아예 여름 감기라든지 몸이 안 좋다거나 하는 이유를 들어 그 자리를 피할 생각이었습니다. 운이 좋다면 양호실에 가서 침대에 몸을 뉘일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소독약 냄새가 감돌겠지만 그쯤을 참고 넘길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 체육수업시간전가지 열심히 아픈 척을 했던 탓일까요? 옆자리에 앉은 친절한 급우의 손에 이끌려 저는 무사히 양호실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양호실은 조용했습니다. 양호선생님도 어디론가 가버린 그곳에는 정적만이 감싸고 있었습니다. 멀리서 들리는 운동장의 소음도 지워진 고요한 공간. 희미하게 풍기는 소독약의 냄새와 갓 세탁한 듯이 보이는 깨끗한 침대의 시트. 그 안에 파묻혀 조금은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이런 시간이 언제까지라도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바보같이 희망하던 순간에 모든 일은 시작되었습니다.
 
 문밖에 작은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금씩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 조금은 무겁게 들려오는, 하지만 분명한 리듬감을 가진 발걸음 소리. 분명한 존재감을 가지고 그 누군가는 이곳으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별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들어오면 양호선생님은 이곳에 없다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그러면 그 학생도 이곳에서 조용히 기다리거나 돌아갈 것입니다. 교내에서 유일한 안식처에 머무는 대가라면, 이정도의 귀찮음은 감내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조용히 양호실의 문이 열리고 누구가가 들어왔습니다. 그 발걸음 소리는 양호실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 듯 했습니다. 필시 양호선생님을 찾고 있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얼마안가 발걸음 소리의 주인은 포기해버렸습니다. 한눈에 들어오는 양호실 그 어디에도 양호선생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요. 저는 그대로 돌아가 주기를 기원했습니다. 방해받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곳으로 온다면 제가 누워있는 침대의 커튼을 열고 누워있는 저를 본다면 그것도 그것대로 곤란하고, 귀찮은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바램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커튼이 열리고 한사람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태어난 이후 단 한 번의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던 제 안의 시계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녀가 있었습니다.

 

 그녀가…….

 

 저는 순간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두근거리는 가슴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저는 드디어 만나고 말았으니까요.


 제가, 저의 육체가 근본도 알 길 없이 정신과는 다른 곳,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고 있었던 이유를……. 그래요 그것은 단한가지의 이유였습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그 순간 그녀를 만나기위해서 15년 이라는 세월동안 ‘현대’의 감옥에 가두어져 있었습니다.

 

 그녀는 아름다웠습니다.


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가 생명을 가진다면 그런 모습이었을 것입니다.
 검고 긴 생머리와 새하얀 피부. 반듯한 이목구비. 크고 검은 두 눈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담고 있었습니다.
 가녀린 그녀의 몸을 감사고 있는 것은 우윳빛의 원피스. 그것은 악보무늬가 조심스럽게 새겨진 아름다운 것이었습니다. 검은색 리본으로 허리를 조여 묶고 곳곳에 장식된 발랄한 느낌의 악상기호들과 레이스와 프릴이 가득한 사랑스러운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 머리에 올라가 있는 것은 커다란 밀짚모자. 하얀색의 프릴과 레이스로 장식된, 그리고 가운데에는 섬세한 자수의 장식으로 화려한 모자였습니다. 현실이라거나 실용성에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단지 아름다움을 위해, 사랑받는 것만을 목표로 디자인되어 버린 그 옷에 저는 모든 마음을 빼앗겨 버렸습니다. 그리고 단지 바라본다는 행위를 제외한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아…….아…….”

 

“응? 왜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 거야?”

 

 아름다운 그녀의 입술을 통해 흘러나온 음성. 그녀는 살짝 고개를 갸웃 해보이며 상냥한 미소를 보내왔습니다.

 

“아아 아앗…….”

 

 순식간에 저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습니다. 부끄러웠습니다.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점점 달아올라 아마도 신호등처럼 변해버렸을 저의 얼굴을 감추고 싶어 견딜 수 없어 고개를 숙여버렸습니다. 그녀가 저에게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장난기 있는 얼굴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녀에게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에 비하면 저는 단지 살아갈 뿐인, 네 그렇습니다. 길가에 있는 잡초와 같은, 아니 그보다도 못한 생물 이였습니다. 그런 제가 눈부시게 빛나고 있는 그녀에게 동등하게 말을 건넨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흐음……. 많이 안 좋아? 혹시 감기? 얼굴도 붉고……. 자, 이쪽으로 와봐. 선생님은 안 계시는 것 같아 보이니까 내가 잠깐 봐줄게. 자랑은 아니지만 여기 신세진 시간이 누구보다 많아서 웬만한 돌팔이 의사보다는 정확하게 본다구~”

 

 그녀가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이불속에 고개를 파묻고 있는 저의 머리를, 이마를 그녀의 손으로 짚어왔습니다. 조금은 차가운 그녀의 체온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라 뜨거워진 저의 이마에 닿았습니다. 저는 더욱더 부끄러워 얼굴을 붉힐 뿐이었습니다.

 

“왠지 잘 모르겠는걸……. 자 이렇게 나를 봐봐!”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 그녀는 저의 바로 눈앞에 있었습니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가 저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조금 찡그러진 미간에 주름까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는 그 순간 그녀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깊고 아름다운 그녀의 검은 눈동자. 그 안에는 저의 부끄러운 모습이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역시 이렇게 하는 쪽이 더 정확하겠다. 에잇!”
 
 그녀는 자신의 이마를 저의 이마에 밀착해왔습니다. 완전히 밀착한 제로의 거리 속에서 저는 숨조차 쉴 수 없었습니다. 이마를 통해 느껴지는 그녀의 체온과 코끝을 간지롭히는 그녀의 향기……. 그 향기에 정신마저 어질해졌습니다.

 

“역시 열이 있네……. 그것도 아주 많이. 이렇게나 따끈따끈한 걸. 으음……. 아 있어봐! 좋은 것 가져다 줄깨! 아주 잠깐만 기다려줘요~”

 

 그리고 떨어져 나가는 그녀. 그녀는 바로 양호실을 나가서는 경쾌하고 기분 좋은 발걸음 소리를 울리며 멀어져갔습니다.

 

“휴우…….”

 

 저의 입에서는 깊은 한숨이 세어 나왔습니다. 아니, 심호흡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정확할 것 입니다. 저는 그제야 깊게 숨을 쉴 수 있었으니까요. 호흡이 돌아오자 머릿속도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왜 여기에……. 그러니까 중학교 양호실에 저런 모습으로 나타났던 것일까요? 어째서 그렇게 친절한 걸까요? 아니, 그보다 도대체 그녀는 누구였을 가요? 머릿속을 가득히 물음표가 채워가고 있을 즘이었습니다. 문 쪽에 인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대화하는 듯 한 목소리도…….

 

 문이 열립니다. 저의 두 눈은 너무나도 부끄럽지만 그곳에서 그녀의 모습을 찾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발견하였습니다! 하얀색의 가운을 걸친 양호선생님과 웃으며 들어오는 그녀의 모습을 말입니다.
 
“어라? 일어났니?”

 

 양호선생님이 물어왔습니다. 저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답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주섬주섬 몸을 추슬러 일어나려고 하였습니다. 더 이상 그녀와 같은 공간에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가 하늘의 천사라면 저는 딸을 기어 다니는 바퀴벌레와 같은 존재였습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녀의 옆에 한순간이라도 제가 더 머문다면 그녀의 친절을 받는다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릴 것 만 같았습니다. 그것이 어떤 일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위험한 일이라는 것만은 직감하고 있었습니다.

 

“에? 돌아가는 거야? 흐음~ 간만에 좋은 것도 사왔는데…….”

 

 조금은 아쉬워하는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손에 들려있는 매점의 비닐봉투. 반투명한 봉투 안으로 비쳐 보이는 것은 아이스크림이었습니다.

 

“이거 아직도 팔고 있을 줄은 몰랐다니까. 나 다닐 때도 있었으니까……. 선생님 벌써 5년 전 인가요?”

 

“응 그래그래. 그 정도 지났네. 상아도 그때는 대단했지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하지 않았어?”

 

“에~ 매일은요~ …….음……. 매일인가? 정말, 나 그렇게 자주 왔었나?”

 

“자주 왔어. 매일같이 상처투성이로. 여기저거 멍들고 까지고……. 하지만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지. 정말 생긴 거랑은 하나도 안 어울린다니까. 가만히만 있으면 미소녀인데 말이야”

 

“아앗! 그런 싸구려 비행기 태워봐야 아이스는 못 드려요! 두 개 밖에 없다 구요. 이건 저 아이랑 제가 둘이 먹으려고 산거니까요. 그쪽에는 이런 거 못 구해요. 얼마나 먹고 싶었는데요.”

 

“그렇게 좋다면, 이따가 돌아가기 전에 좀 더 사가지그래?”

 

“에! 알면서 그렇게 말씀하신다! 전, 그렇게 생뚱맞은 오파츠는 만들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도 얼마나 조심하고 있다고요!”

 

“그래그래, 알았어, 알았어~”

 

 양호선생님과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녀. 역시 졸업한 선배인걸까요? 그것도 몇 년 전의……. 아마도 몸이 약해서 양호실을 자주 찾았던 그래서 양호선생님과 친해진 것으로 보였습니다. 오늘, 그녀가 이곳에 있었던 것은 양호선생님을 만나기 위해서였겠지요. 


 저 같은 것은 그냥 선배로써의 친절의 범위 안에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조금 비참해졌습니다. 무언가 운명같이 특별한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던 제가 너무나도 싫어졌습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습니다. 회의감에 자신이 너무나도 창피해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단지 모교의 후배였을 뿐입니다. 단지 그것뿐인데, 저 혼자만 대단한 것이라고, 운명의 만남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눈앞이 흐려졌습니다. 아직 식지 않은 두 뺨을 타고 무언가가 흘러내리더니 덮고 있던 새하얀 시트에 작은 얼굴을 남겼습니다. 뿌옇게 흐려진 세계. 일그러져 울렁이는 세계의 속에서 그녀가 다가왔습니다. 조금은 당황한 얼굴. 황급히 다가온 그녀는 품안에서 무언가를 꺼냈습니다. 저는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더 이상 그녀를 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뒤이어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손수건으로 그녀는 저의 뺨을,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어쩌죠? 이 아이 울고 있는데요?”

 

“잠깐이라도 같이 있어주는 것이 어때? 너라면 괜찮을 거야.”

 

 조금 당황한 그녀의 목소리. 그리고 양호선생님의 말. 너라면 괜찮다고? 전혀 의미를 알 수 없었습니다. 어째서 일까요? 그녀에게 무언가 있었던 것일까요?

 

“네, 저도 그럴 것 같아요. 아마도 이 아이는 저랑 같을 테니까요. 그렇죠? 선생님?”

“응. 맞아. 그 아이 역시, 이곳에 있지 않으니까.”

 

“저랑 같은 운명이라는 말씀이시지요?

 

“그렇지. 지금 이렇게 두 사람이 같이 있는 것도 우연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계의 커다란 지도위에 있을 테니까. 내가 너를 만났듯이 말이야.”

 

“그렇겠네요… 이 아이 약해 보이는데, 괜찮을까요?”

 

“괜찮을 거야. 아마도…….”

 

“아마도라…….”

 

 의미를 알 수 없는 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대화 같은 것, 저에게는 아무런 상관도 없었습니다. 한 가지 사실만이 소중할 뿐이니까요. 그녀가 제 옆에 있었습니다. 거것 하나라면 전 어떤 일이 일어나도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어떤 곳에 있더라도 그녀만 제 옆에 있어준다면 저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습니다.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녀와 함께이니까요.

 

 그 뒤에 일은 자세하게 이야기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를 만났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저는 살아갈 의미를 찾았으니까요. 어두운 이야기를 더 이상 늘어놓을 필요는 없겠지요. 그리고 그건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요. 저는 그녀와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녀는 제 옆에 있습니다. 더 이상의 작은 친절이 아닌 운명과 같이 깊은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녀와 여행을 시작한지도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더 이상 저는 슬퍼하고 삶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과거’라는 이름의 ‘미래’가 있으니까요. 그녀와 함께 만들어갈, 쌓아나갈 ‘과거’가 있으니까요. 저는 행복합니다.

 

 다만, 이렇게 제가 글을 적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누군가, 이것을 읽어주었으면 하기 때문입니다. 저와 같은 사람이 이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그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제가 있는 지금은 이것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지요. 문자도, 언어도 다르니까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금 제가 만든 이 페이지가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을 때. 우연이라는 거대한 교향곡이 그대의 귓가를 두드릴… 바로 그때.

 

 당신은 저와 만나실 수 있을 것 입니다. 저와 같은 운명을 가졌으니까요. 당신이 지금 서있는 그 시간이, 장소가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면, 희망을 버리지 마세요.   당신은 돌아갈 수 있습니다. 당신이 있어야 할 곳으로요.

 

 저는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당신이 있어야할 시간에서…….


 

1766년 더운 여름날
후에 프로방스라고 부르는 곳에서




>>>

오래전에 쓴 글을 발굴해서;;;;

한참 로리타 좋아하던 시절이라그런지 노바라 아저씨 풍 진짜 많이 난다; 



다녀왔습니다. 미디어생활


오래간만에 포스팅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망해가는 이글루인데 말이죠;

여튼... 다녀왔습니다. 
일단 한방에 오시인 하루카가 나와서 만족입니다.
그나저나.... 분당 메가박스는 사운드 볼륨좀 줄여줬음 좋겠네요;;; 너무 짱짱하게 높여놓으니 오히려 집중하기에 좋지 않더라구요.
영화 자체는 그럭저럭? 이야기의 밀도는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팬서비스 영화니까 만족입니다. 극장에서 감상이 첫감상인것은 좋네요. BD를 정발해줬으면 하지만, 역시 무리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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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끝 사진한장



색색으로 물들다



201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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